파비오 루이지 "음악에 혼을 담는 것, 무엇인지 들려주겠다"

입력 2023-10-30 18:44   수정 2023-10-31 01:13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지휘자의 심정은 어떨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까. 아니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부담감에 짓눌릴까.

‘지휘 명장’ 파비오 루이지(64·사진)에게 물었더니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건 엄청난 특권인 동시에 크나큰 도전”이란 답을 들려줬다.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웃음을 짓다가도, 무거운 책임감에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는 얘기다.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로열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이끌고 다음달 1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클래식 팬들과 만나는 루이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면서도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루이지와 RCO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됐다. 당시 RCO가 처음 연주한 프란츠 슈미트의 교향곡 4번을 그가 지휘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단원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연습하고, 연주하는) 이 순간을 즐긴다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거든요. RCO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법을 알고, 내야 할 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악단입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란 얘기를 듣는 겁니다.”

RCO는 빌렘 멩겔베르크, 마리스 얀손스 같은 지휘 거장을 배출한 135년 전통의 네덜란드 악단이다.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뽑은 세계 1위 오케스트라가 바로 RCO였다. 평단은 RCO의 음색을 ‘벨벳 같은 현악 파트, 황금같이 풍성한 금관 파트’라고 표현한다. 루이지는 이에 대해 “전통에 대한 존중과 연주자들의 개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했다.

평단에서 RCO의 최대 강점으로 꼽은 ‘전통과 개성의 조화’를 얘기한 것이다. RCO는 25개 국가에서 온 음악가들이 모인 ‘다국적 오케스트라’여서 음악적 색채가 다채롭고 레퍼토리도 넓다. 200년 전 클래식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두루 소화한다. 전통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단원들에게 어느 정도 개성을 드러낼 여지를 준 게 RCO만의 색채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태생인 루이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수석지휘자,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굵직한 이력을 쌓아온 지휘 거장이다. 지금은 독일 명문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교향곡은 물론 오페라 곡도 잘 지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꼼꼼한 분석과 세련된 해석은 루이지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지휘자, 성악가들과 같은 무대에 서면서 시야가 확장됐고, 더 넓은 음악 세계를 목표로 삼게 됐다고 루이지는 말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휘자로 변신했다고 한다.

루이지는 이번 공연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2번(예핌 브론프만 협연)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을 들려준다. 모두 낭만주의 시대 작품이다. 루이지는 “200~300년 전에 작곡된 작품이라도 지금 무대에 오르면 ‘현대의 음악’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양인모 등 한국 연주자와도 손을 맞춘 경험이 있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은 이탈리아 사람들과 성격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협연할 때마다 항상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루이지는 한국 클래식 팬과의 만남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RCO는 관현악으로 관객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품격이 뭔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전통을 따르는 것,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동시에 음악에 혼을 담는 방법을 135년 동안 찾아 헤맸죠. 그렇게 찾아낸 RCO의 음악이 다른 오케스트라와 어떻게 다른지 이번 공연에서 들려드릴 겁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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